10월 2일 오전 11시 반쯤 수술하고 글을 쓰는 현재는 10월 3일 오후 10시. 약 36시간 만에 개안하고 새 인생 찾아서 이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후기 남기려고 컴퓨터를 켰다...
원래는 수술 하루 뒤인 오늘 검진을 받으러 가야 하나 공휴일이라서 10월 4일에 검진을 받기로 했다. 근데 이미 굉장히 잘 보이는 걸 보면 성공적인 것 같다. 야호~
수술한지 5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블로그를 이동하느라 당일 후기를 다시 적는다. 수술을 앞둔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곧 6개월차 정기검진을 가는데 다녀와서 또 후기를 작성해야겠다.
준비물
- 선글라스(필수), 마스크, 모자(선택)
- 일단 스마일라식 기준으로 수술이 끝나면 희미하게 앞이 보이지만 각막이 많이 부어있는 상태라 뿌옇게 보인다. 길, 계단정도는 인식하고 걸어갈 수 있지만 눈이 엄청 부셔서 약국을 인지하기가 힘들었다. 시커먼걸로 꼭 하나 챙기길 추천한다.
- 수술을 받고 나면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눈물이 계속 줄줄줄 나온다. 눈 코는 연결되어 있다고 했던가... 동시에 콧물도 같이 쏟아진다. 나는 택시를 타고 집에 갔지만 대중교통을 탈 것이라면 마스크도 챙기길 추천한다. 그냥 얼굴 다 가리는게 속 편함...
- 보호자(?)
- 스마일라식 후기들을 보면 혼자 갔다는 사람도 많고 수술 끝나면 어느정도 보인다길래 나도 그냥 혼자 갔다. 수술실 같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밖에서 혼자 기다려야 하니까... 그런데 짜잔~ 수술 끝나니까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바로 든다. 물론 혼자 가서 그냥 올 수 있어요 하는 후기들은 거짓이 아니다. 나도 혼자 가서 혼자 왔지만 보호자가 있는게 300배는 편할 것 같다 이런 생각이다. 뿌옇고 흐린 눈으로 약국가서 결제하고 택시잡고 어찌저찌 올 수는 있지만 불편하니까 가능하면 동반자 한 명 데려가면 좋다.
수술 전
저번 검안 때 2시간 넘게 이것저것 검사를 했지만 수술 당일에도 또 검사를 한다. 10시 반 예약이어서 맞춰서 갔는데 여러 검사를 한 후 실제로는 11시 반 이후 수술실에 들어갔다. 검안 때랑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수술해 주시는 원장님이 직접 시력 검사를 진행해 주신다는 점..? 마지막으로 결제를 하고 수술실로 이동한다.

검사를 마치고 이런 깔끔한 대기실에서 잠깐 기다리면 이름을 불러준다. 옷은 갈아입을 필요 없고 신발만 일회용 슬리퍼로 갈아신는다. 그리고 하늘색 수술모자를 씌워주시는데...

글쓴이의 인권을 위해 공개할 수가 없다. 되도록이면 그냥 카메라 켜보지 말고 수술 받도록 하자...
수술 과정
<수술 직전>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마취 안약을 2~3방울 점안하고 들어간다. 주사 같은건 없다.
들어가면 긴 간이 침대에 눕고 눈 부분만 보이게 천을 덮어주신다. 그리고 눈 주변 피부를 소독하며 손으로 만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시는데 겁먹고 굳어있는 상태라 손을 얼굴로 가져갈 일이 없었다.
<수술 시작>
이제 시작한다고 말하는 순간 상황 판단을 할 겨를이 없다. 어느 순간에도 침착하다고 자부해왔지만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눈알의 운명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니 여유롭기가 쉽지 않았다. 오른쪽 -> 왼쪽 눈 순서로 한 눈씩 수술을 하는데 어떤 기구로 눈을 계속 벌어져 있게 한다. 감고 싶어도 감아지지가 않으니 눈 감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안 해도 좋다. 수술 생각 하면 더 떨리고 긴장되니 그냥 일하는 생각 하자. 다음 주에 휴가동안 밀린 일 처리할 거 생각하니까 그냥 멍 때리게 됐다. 굿.
<수술 중>
흔히 유튜브나 인터넷에서 말하는 초록 점이 보이면 진짜 수술 시작이다. 처음에 초록 점 보이는 지점에 시야를 두고 계속 멍 때리고 있으면 된다. 눈이 획 돌아가지 않는 이상에야 미세한 움직임은 상관 없는 듯했다. 동공지진이 몇 번 일어난 듯했으나 수술 잘 됐다는 거 보니 미세한 움직임은 레이저가 추적하는 것 같다.
초록 점이 10초 이상은 보일 줄 알았는데 한 2~3초 정도 보이다가 갑자기 시야가 새하얗게 변한다. 안보이는게 정상이에요~라고 말은 해주시지만 멀쩡히 눈 뜨고 있는데 모든 시야가 하얀색이니 조금 겁나긴 한다. 그냥 난 무적이다.. 난 무적이다.. 난 무적이다.. 되뇌면서 초록 점 있던 부분만 멍하니 바라봤다.
그렇게 레이저 조사가 끝나면 원장님이 직접 각막을 빼내는 과정으로 들어간다. 마취해서 아프지 않을 줄 알았는데 확실히 아프다. 눈을 뚫고 들어올때 따끔 한번, 눈 속을 헤집을 때 찐~하게 욱신욱신한 느낌이 든다. 못 참을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 통증이 없을 거라 생각하면 놀랄 수도 있는 정도의 통증이다. 방심은 금물.
오른쪽 눈이 끝나면 왼쪽 눈도 똑같은 과정으로 진행하는데, 왼쪽 눈이 오른쪽 눈보다 훨씬 아프다. 오른쪽 눈은 오.. 통증이 그래도 있네 정도였는데 왼쪽은 오우..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렇게 움찔하면 원장님이 보통 왼쪽 눈 할 때 더 아프다고 정상적인 거라고 말해주신다. 이유가 궁금했지만 그냥 오른손잡이라서 그렇겠거니 하고 수술 잘 되기만을 바랬다.
<수술 후>
새하얀 세상에서 내 안구를 이리저리 휘젓는 걸 느끼다 보면 어느새인가 수술은 끝나있다. 몸을 일으켜 눈을 살짝 떠보면 앞이 보인다. 그런데 뭔가 석회수 안에서 눈을 뜬 것 같이 시야가 뿌옇다. 사람, 사물, 길 분간은 어느 정도 다 돼서 걸어다닐 수 있는 정도이지만 그냥 눈을 감는 게 더 편한 느낌이었다. 바로 원장님이랑 어떤 기계로 이동해서 눈 한쪽씩 비춰보고 수술 잘 됐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귀가 안내를 받는다.
시야가 뿌옇게 보일 때 수술 망한거 아니야?라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각막이 부어있는 상태라 그런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뿌연 느낌은 수술 당일 실시간으로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계속 눈물이 나 팅팅 부은 눈으로 약국을 찾아가 약을 받는다. 항생제 1개, 소염제 1개, 눈물 연고 1개와 인공 눈물 2통을 처방받았다. 인공 눈물 보험이 안 돼서 그런가 약 값이 55,000원이 나왔다. 이후 택시를 잡아 집으로 돌아갔다.
회복 과정
<13:00~15:00>
수술이 12시쯤 끝나고 집에는 오후 1시쯤 도착했다. 택시 타고 집에 오는 내내 눈물이 계속 나서 눈이 팅팅 붓는다.
수술 후에 시리다는 사람이 많은데 개인차가 있는 듯 하다. 시린 감은 없었고 눈이 부어 있어서 불편한 느낌만 있었다. 수술 당일에는 안약을 2시간 간격으로 점안하라는데 이는 깨어 있을 때 기준이다. 잠들게 되면 알람 맞춰서 일어날 필요까지는 없다고 했다. 안약을 넣고 극도의 긴장에서 해방되어 스르륵 잠이 들었다.
<15:00~17:00>
2시간 정도 잠들었다가 일어났는데 이게 웬걸? 뿌연 시야가 한결 밝아졌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는 이유가 있다. 마침 2시간 만에 깨서 안약을 한 번 더 넣고 다시 잠에 들었다. 낮잠을 계속 자는데 잠이 오나 싶지만 이리저리 혹사당한 눈이 회복을 요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누우면 잠이 온다.
<17:00~>
2번의 낮잠을 거치고 일어났을 땐 80%정도 회복이 됐구나 싶을 정도로 앞이 잘 보였다. 뿌연 감은 아직 남아있었지만 6시간 만에 이 정도로 회복이 되리라곤 생각을 못해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이때부터 10~15분마다 인공 눈물을 계속 넣었다. 의식할 정도로 건조함을 느낀 건 아니었지만 수술 당일에는 자주 넣어줘야 회복에 좋다고 해서 꾸준히 넣어줬다. 이때부터는 통증도 없고 그냥 일상생활 하면 된다. 물론 컴퓨터, 스마트폰, TV는 아주 잠깐씩만 보고 그냥 누워서 라디오 듣고 쉬어주는 것이 좋다. (침착맨 시리즈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보이는 내 방 풍경이 다르다. 책상과 방문이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큰 문제 없이 잘 회복된 것에 감사.. 또 감사하며 다시 잠에 들었다.(?) 아무래도 수술한 후라 그런지 몸이 많이 지쳐있는 것 같다. 잠만보가 되어 버렸다. 점심 즈음 일어나서 아주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 뭔가 2% 부족한 흐릿한 느낌이 있지만 이는 일주일 한 달 지나가면 완전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5개월 지난 현재 아주 잘 보입니다.) 유튜브에서 의사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수술 전에 보던 선명한 시야를 느끼려면 보통 2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안약 잊지 말고 잘 넣어주고 눈이 마르지 않게 인공눈물도 자주 넣어주면 금방 회복될 것 같다.

위 사진을 보면 수술 후 눈이 엄청 건조해질까 걱정할 수도 있는데 나는 건조해서 넣은건 아니고 그냥 예방 차원에서 넣었다. 수술 이후에는 감각이 무뎌져서 실제로는 건조해도 건조함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해서 미리미리 넣다 보니 이렇게 됐다.
내일 아침에 수술 경과 검진을 받으러 간다. 이렇게 잘 보이는데 수술이 잘 안됐을 리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정말 오랜 시간 고민하고 공부하고 선택한 병원과 수술 방법이었는데 성공적으로 끝나서 정말 다행이다.
일주일~한 달 회복 후기도 쓰려고 한다.

-이 글은 글쓴이가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직접 결제하고 쓴 후기입니다.-
-수술에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아는 선에서 최대한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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